포천머슴, <극락정토 분양가는 얼마인가요>


공: 김토깽(귀신공, 울보공)
수: 도귀남(조폭수, 중년수)

총평: 🌕🌕🌕🌕🌕(5/5)


하 너무 재밌다… 너무 재밌다…!
근 몇 년 벨테기를 얼마나 심하게 겪었던가.
드디어 찾았다. 완전 추천작이다.
코미디로 시작했다가 눈물 줄줄 흘렸다.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몰입해서 보고 눈물 줄줄 흘리면서 보니 스트레스 다 날아갔다.
대신 후유증으로 내 가슴이 다 허전하다.

작가 포타 가보면 외전 의향은 있다고 한다.
완전 기대중. 당장 외전 내놓으세요.
근데 Q&A 답이 잘돼있어서 참을만하다.

다 읽고 초면인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너무 높아져서 두말않고 다른 작품도 구매했다.
근데 바로 읽으면 귀남이랑 토깽이를 금방 잊을까봐 이렇게 블로그라도 한다.

잊고싶지 않을 정도로, 몇년동안 찾지 않던 블로그를 찾을 정도로 재밌으니 고민중인 사람들은 꼭 보길.

유테, <연애편지 대신 써드릴까요?>



공: 아르젠
수: 엘리엇

총평: 🌕🌕🌕🌕🌗(4.5/5)


역시 난 킬링타임용 가볍고 통통튀는 소설이 좋다! 예전에는 무겁디 무거운 소설을 더 즐겼는데 이젠 가벼운 게 좋아… 안그래도 팍팍한 삶에 너무 무거운 소설은 나에세 큰 짐이 되는 기분이다.

이 소설도 라이트하고 통통 튄다. 이상한 드립 나올 때마다 ㅋㅋㅋ하고 웃었다.
이달의 우수사원이었던 임성식씨가 소설 속 등장인물 엘리엇에 빙의하여 아르젠 잠을 재워야하는 줄거리이다. 아르젠과 엘리엇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가 아주 잘 납득이 가게 표현됐다.

간만에 본 재밌는 소설이었다.

쇼시랑, <테이크 투>


공: 네이슨 노스버러
수: 롭 노스버러

총평: 🌕🌕🌕🌕🌑 (4/5)

공수 이름에서 알다시피 준근친물이다. 둘은 이복형제.
별점 주기 되게 애매했다. 설정들이 조금씩 빈약하게 느껴졌는데, 그걸 작가의 다른 장점으로 잘 가린듯한 소설.
흥미로운 주제로 시작했으나 그 소재를 중간부터 놔버린다. 끝까지 가져가지 못해서 매우 아쉬움.
특히 데이트폭력에 가까운 살해 동기와 방법을 미화하는 듯한 표현과 전개는 매우매우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끝까지 힘있게 이끈 소재도 아니고, 자극적인 씬으로 구매를 촉진하는 수단이 아니고서야 이 프롤로그 이야기를 꼭 사용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솟았다.

그럼에도 4점을 준 이유는 오랜만에 공한테 반하는 감정을 느껴서다.
유일하게 롭이라는 인간을 좋아해주고 지켜봐준 네이슨과 그 사실을 깨닫고 좋아하는 감정을 인정하는 롭의 이야기 및 감정선은, 특별할 것 없는, 많은 작가들이 사용해왔던 이야기 흐름 중 하나다. 그런데 정말 흔한 줄거리임에도, 롭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놀랍게도 나 역시 네이슨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앞에서 아쉬워했던 프롤로그의 유일한 순기능이기도 하다. 사실 그 프롤로그와 롭의 나레이션을 줄줄이 듣다가 나도모르게 네이슨의 함정같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표정에 홀라당 빠져버리고 말았던 것.
특히 어찌보면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나를 알아봐준 유일한 사람’이라는 흐름이었기 때문에 더 놀라운 부분이다.

앞서 말했던 작가의 다른 장점이라함은 이런 맥락에서 출발한 생각이다. 미숙함이 보이지만, 그 미숙함이 있기에 남들과는 다른 훌륭한 장점을 드러낸다.
사실 소설 중후반도 그렇고 여러모로 나와 잘맞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롭이 네이슨에게 빠진 그 순간의 장면만은 정말 높이 산다.

다정집착공x무심수 조합이라면 다 먹는 사람들에게 츄라이 권해보고 싶다.

청마노, <남주의 못된 이복형이 되었습니다>


공: 도윤
수: 승현


소설 속 악역으로 환승한 수, 잘해주는 수에게 감긴 공 이야기….라서 기대했는데 취향 아니었음.

총평: 🌕🌕🌕🌗🌑 (3.5/5)


개인적으로 인생작 중 하나로 <인사반파자구계통>를 뽑는다. 몇 번을 재탕해도 재밌어서 키워드 보고 이번 소설도 기대했는데…

시작은 좋았으나 역시 중간부터 후반부가 개인적으로 그냥 그랬다. 글은 잘 써져있고 문장력도 나쁘지 않으나, 난 버릇없는 공이 참 못마땅한 소나무 취향인듯. 공이 버릇은 없으나 한번은 진심으로 무너져봐야하는 게 내 취향.

한번은 무릎꿇고 져주는 걸 기대했으나, 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버릇이 없었고, 수는 결국 꾸준히 다 받아준다. 그래서 내 취향은 아니었음.

다만 이건 문장력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취향때문에 그런 거라서, 이런 게 별로 상관 없거나 취향인 사람은 재밌게 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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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랑화랑, <스몰 헬 서커스>



총평 : ★ ★ ★ ★ ☆ (4/5)

일딴 먹고 들어가는 점수(취향저격포인트) => 서브공 있는 삼각관계
가완삼(가장 완벽한 삼각형)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매우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서브공이 자신의 사랑을 가장 수치스러운 장소에서 사고를 당하듯이 인정하는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ㅎㅎㅎㅎ

전반적으로 공수 섹텐도 좋았고 이야기을 끌어가는 문장력과 묘사도 좋았다.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는 소재들을 잘 버무려서 맛있게 한 상 내놓은 느낌…!
서커스라는 소재답게 기괴한 발랄함이 두드러졌는데,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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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이 이야기>


• 공 - 루크 밀란, 욘 이완, 피트 랭 중 1
• 수 - 페이

총평 - ★ ★ ★ ★ ☆ (4/5)


존 작가는 웹툰 전문인줄 알았더니 글도 잘쓰신다. 확실히 대사도 매우 자연스럽고 연출이나 문장도 좋았다. 곧 원작 작가가 웹툰 각색하는 일이 벌어지려나 싶다. 웹툰 묘사도 너무 궁금해! 존 작가님 그림체 너무 취향이라서 과연 이 말썽쟁이 공 셋을(페이는 표지에 박혀있으니) 어떻게 묘사하실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평소에도 이분 웹툰을 보면 취향 꽉꽉이구나 싶었는데 역시 소설도ㅋㅋㅋㅋㅋ 작가님 취향이 꽉꽉 반영돼있다.
그래서 사실 저 세 공 중에 메인공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키작공 X 검은머리 창놈수)

또한 캐릭터들이 매력있어서 좋았다. 특히 루크 구슬은… 이런 공은 처음이야…
다만 피트 부분은 너무 읽기 힘들었는데, 심지어 너무 길었다. 보기 힘들어서 더 길게 느껴진 걸수도… 언제 지나가 언제 지나가 하면서 봤어서 별 하나 뺐다. 루크와 욘, 페이 이야기는 너무 재밌었는데 피트때문에 재탕 못하겠다. 기 쫙 빨릴듯.

그래도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았고 재밌었다. 평소에 존 작가 작품과 잘 맞는 사람들은 필히 보세요!

이뮨, <비동경소년>

지금까지 수천, 수백 권의 소설을 읽어왔다. 한 번 각 잡고 리뷰글을 쓰면 빡집중하게 돼서 리뷰글을 잘 안 쓰게 됐는데, 문득 지난 14년간의 BL덕질이 남은 것 없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아까워졌다.
그래서 이제부턴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정말 간단히 리뷰해보기로 했다. 하나씩 짧께 쓰다보면 언젠가는 쌓이겠지. 타인에게 추천하기 위한 글보다는 내가 느낀 점을 남기는 글이다.
근데 벌써 사설 한 가득 써놨다.ㅋㅋㅋㅋㅋㅋ 참을 수 없는 떠벌림…


(아래는 공수서브공 이름 써놨는데, 누가누가 메인공일까 하는 쫜득함이 있는 소설이므로 스포 싫으신 분들은 흐린눈으로 지나치세요.)

- 공 : 히로시
- 수 : 주현
- 서브공 : 윤우





이뮨 작가의 <비동경소년>. 총 2권짜리의 짧은 소설이다.
참고로 내 취향은 메인커플+서브공 / 혹은 다공일수이다. 서브커플 및 서브공이 다른 커플이 되는 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기에 되도록 피한다.
비동경소년 첫부분에서 ‘아, 잘못 샀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을 전개하는 모양을 보아하니, 주인공 무리 세 명이 각각 짝을 만나서 총 세 커플이 생기는 이야기구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리뷰를 찾아봤는데 딱히 언급이 없었고 또 두 권짜리였기때문에 일단 달려봤다.
다 읽고 한숨 돌렸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그냥 주변 인물들이 많은 것 뿐이었다. 혹시라도 저와 같은 취향이시라면 걱정 마시고 보십쇼.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 소설의 전개방식은 약간 독특했다. 점에서 시작해서 퍼지는 전개가 아니라, 반대로 분산된 이야기를 펼쳐놓고 그 이야기들이 한 점으로 모인다. 이런 방식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끌고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끌어내고자 한 소설의 분위기와 잘 맞았다는 말! 단점은, 등장인물들이 많은데 이걸 또 각각 다 엮어서 시작했고, 심지어 일본 이름까지 섞여서 처음엔 좀 천천히 이해하면서 보게 됐다. 읽기 시작하기에 그닥 쉬운 편은 아니었던 것. 그래도 익숙해지면 금방금방 잘 넘어갔다.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았는데,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 소설은,

★★★★☆ (4/5)


5점 만점에 4점!
이유는 메인 공이 너무 미워서…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만큼 캐릭터들의 내면 성장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연애에 대해 상당히 현실적인 연애를 끌고왔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황과 환경에서 현실적인 연애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수는 참 답답했고 공은… 주현이 내 친구였다면 진짜 열심히 뜯어말렸을듯.

그래도 오랜만에 개성있고 흡입력 좋은 소설이었다.

 

 

 

디즈니 배급의 <크루엘라>

 

크루엘라!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를 원작으로 각색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봤다.

 

 

 

영화 감상 한줄평 :

"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것을  제대로  해낸  영화 ! "

 


 

1. 캐릭터의 매력

이 영화의 평점을 낮게 주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체로 서사 전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크루엘라는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천재가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 내용. 너무나도 뻔한 클리셰이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출생의 비밀과 복수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왜! 크루엘라는 이 뻔한 클리셰 덩어리들을 안은 채로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답을 '캐릭터의 매력'에서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볼 때 물론 서사를 중요하게 보지만, 사실 캐릭터의 매력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매력 있는 캐릭터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면, 악당들이 갑자기 회개를 하고... 사실 이들에게도 사연이 있었고... 조커는 갑자기 사랑꾼이 되고... 전개는 너무 뻔하고........ 여러모로 비판할 점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이유는 바로 '할리퀸'때문. 사랑에 미쳐서 악당이 되어버린 할리퀸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영화를 다시 보는 사람은 적어도 할리퀸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마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봤을 것이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일종의 '덕후'를 만든다. 가상의 캐릭터를 되새기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악당'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욕망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필요 없다는 듯이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우리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대신해주는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욕망에 충실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물론 생판 모르는 남을 희생시키는 욕망은 문제가 되겠지만, 현실과 영화는 다르니까. 영화적 허용으로 볼 수 있는 선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사실 크루엘라의 친구 두 명이 독단적인 크루엘라에게 질려 떠나가서 크루엘라가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껴 개과천선한다... 는 내용일까봐 너무 두려웠다. 왜냐하면 미국 하이틴 영화에서 아주 많이 사용하던 서사였으니까.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보면 목표를 위해 돌진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내 주위 친구들이 모두 떠났고, 나는 후회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래서 크루엘라의 두 친구가 크루엘라에게 실망할 때 이런 내용이면 어째, 하고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나 <크루엘라>는 내 상상을 어느 정도 깨부쉈다고 할 수 있다. 크루엘라는 구차하게 내가 이러쿵저러쿵해서 너네를 사랑하는데 후회가 돼. 앞으로는 그러지 마! 알겠어...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아주 당당하다. '너네는 내 가족이야.' 한 마디 해주고, 친구들은 '가족 카드를 썼네.'하고 포용해준다. 크루엘라가 영화 속에서 사과하는 장면은 딱 한 번뿐이다. 구구절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 역시 크루엘라의 캐릭터를 일관되게(입체적인 것과는 또 다르다.)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악당이 주인공이라면 구구절절 이러쿵 저러쿵 이런 사연이 있었다는 걸 설명해주며 '알고 보면 착한 녀석!'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크루엘라>에서 크루엘라는 끝까지 악당이다. 본심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바꾸려 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본성과 욕망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어 끝까지 나쁜 X임을 인정하는 모습은 여태까지의 악당 주인공과 다른 특별함과 매력이 드러난다.

 

 

2. 디즈니가 잘하는 것

디즈니가 참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 뻔한 클리셰를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이 영화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썼다. 하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원작의 상징을 새로운 방식으로 집어 넣는 것이다.

 

 

 

 

(여기부터 스포 주의)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건, 바로 101마리의 달마시안을 표현한 장면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달마시안이 3마리일까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크루엘라의 계략으로 모든 초대객들이 크루엘라의 모습을 하고 온다. 세상에... 굳이 개를 드러내지 않고서도 크루엘라가 훔쳐간 101마리의 달마시안을 충분히 표현해낸 것이다. 원작의 크루엘라는 101마리의 달마시안을 훔쳤고, <크루엘라>의 크루엘라는 남작부인의 손님들을 모두 훔쳐갔다. 너무나도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상징들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오마주한 장면도 수없이 많다. 이런 상징들을 찾아내며 영화를 본다면 더욱 즐길 수 있겠다.

 

 

3. 개연성에 대한 아쉬움

뻔한 클리셰가 넘쳤다는 것에는 반박하지 않지만, 그것이 매력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클리셰를 이리저리 요리해서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매력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그것이 디즈니가 정말 잘하는 것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건 일부의 개연성이었다. 비판하는 말들 중에 전개가 뒤에서 너무 빨라져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 아주 동의하는 바이다.

 

클리셰를 썼을 때 장점이 있다. 설명을 압축해도 모두 적당히 알아서 잘 이해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루엘라의 성장 배경은 충분히 압축이 가능했다. 그런데 앞쪽에서 크루엘라의 성격과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템포가 축 처지다가, 막상 더 보고 싶었던 장면에서는 빠르게 지나간 점도 없지 않아 있다. 템포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과거가 나오는 것은 좋지만, 설명을 위한 과거가 길어지면 좋지 않다. 어쨌거나 관객에게 시작점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바로 그 시점이기 때문에, '크루엘라는 과거에 이렇고 저랬어'와 같은 과거는 조금 줄이는 게 더 좋았지 않을까.

 

또한, 크루엘라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옷을 낙하산으로 사용해서 살았다...는 설정은 사실 내가 생각해도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영화적 허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관객이 의문을 품은 순간부터는 실패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기발한 방법은 없었을까? 차라리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는 설정이 더 그럴싸한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크루엘라>, 정말 재밌게 봤다.  흑백 사이에서 홀로 빨갛게 빛나는 크루엘라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디즈니 감성과 다크 한 분위기, 매력적인 악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봐줘야 할 영화이다.

 

 

 

 

 

 

(본 감상평은 전문적이지 않은 자의 개인적인 감상임을 명시하는 바이며,)

(새벽에 갑자기 써서 횡설수설하고 있음을 명시하는 중이다.)


 

 

마도조사 애니메이션_라프텔

드디어 마도조사를 봤다.

애니메이션 안 본 지 N년째, 퀄리티 있는 중국 애니라길래 고민하다가 봤다.

이분, 무려 BL 원작이셨다!

하루동안 라프텔에서 마도조사 2기까지 쭉 정주행했다.

BL을 기대하고 본 것도 없지않아 있지만, 이게 웬걸!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원작과 제작사가 중국이니만큼 검열이 빡센데, 그래서 위무선과 남만기의 사랑은 브로맨스가 살짝 들어간 우정이 됐다.

사실 원작이 BL인지 모르고 봤다면 아마 위무선은 친가족처럼 자란 누나를 사랑했다고 오해했을 것이다.

 

 

중국에서 한달정도 살아본 적이 있었다. 그때 중국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어'였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나는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꾸준히 배웠었다.

게다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본 시기가 있어서, 일본어는 그만큼 나에게 친숙했다.

반대로 중국어는 낯설기 그지없는 언어였는데, 중국에 갈때까지도 중국어는 시끄럽기만 한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중국어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시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전에 베트남에 가봤을 때는 정말 시끄럽다고 느꼈었는데 중국은 전혀 아니었다.

조용하게 읊조리는 중국어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런 편견이 깨졌을 때부터, 나는 중국에 대한 매력에 빠져버린 것 같다.

사실 그래서 이 마도조사를 본 것도 있다.

8년동안 본 일본 애니메이션은 너무 식상했기 때문에, 중국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흥미가 갔던 것이다.

 

 

서론은 그만쓰고, 이제 본론이다!

 

 


장점

  • 퀄리티

1화를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일본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작화가 일본 애니 뺨쳤다. 한국 웹툰도 뺨쳤다.

잘생긴 등장인물들, 적은 작붕들.

작화에 얼마나 힘썼는지 알 수 있다.

 

  • 움직임

또한 액션씬의 움직임이 좋았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한 게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일 거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그 움직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게 액션씬일텐데, 자연스럽게 잘 표현됐다.

3D도 적절한 부분에서 적절히 들어갔는데, 주로 웅장한 배경을 보여줄 때 사용했던 것 같다.

 

  • 대사처리

또한 대사 역시 오글거리지 않았다. 일본 특유의 말투가 없었다고 해야할까?

대표적으로 한 여자 엑스트라가 악역에게 몹쓸 짓을 당할뻔했을 때,

일본애니(애니메이션 강국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에서는 분명히

"이야~~~~~!!" (자막 : 싫어엇~~~!!)

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깔끔하게 꺄악!으로 해결한다.

너무 괜찮지 않은가? 망가스러운 대사 하나 없다고 이렇게 느낌이 달라지다니.

 

  • 위대한 더빙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더빙판 성우가 뛰어난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성우에 대한 인식은 대단하지 않다. 반대로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같은 경우에는 성우가 연예인같은 존재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 더빙을 할 경우, 홍보를 위해 연예인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너의이름은이 있겠다.)

사실 투니버스 전성기때만 해도, 유명한 성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이 애들용 만화라는 인식때문인지, 점점 투니버스와같은 애니메이션 채널은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그만큼 성우라는 직업 역시 점차 줄어든 것 같다.

그런데, 라프텔에서 공개한 더빙판 성우들은 연예인이 아닌, 정말 전문 성우를 썼는데 연기력이 대박이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위문선의 성우는 '심규혁' 성우님이신데, 연기력이 하......... 이래서 전문 성우가 더빙해야하는 것이다.

라프텔은 애니메이션에 진심이다. 그래서 성우 역시 진심으로 뽑는 것 같다.

양지에서는 위축된 애니 시장이 더욱 커졌으면 한다.

(라프텔 흥하세여)

(본 글은 라프텔과 이해관계가 저언혀 없음을 명시합니다.)

 

 


단점

 

그러나, 중국 애니가 아직 성장하고 있기 때문인가, 아쉬운 점들 역시 있었다. 대표적으로 연출이다.

 

  • 연출

위문선과 강징, 그리고 강징의 어머니가 온씨의 침범을 막기 위해 등장하는 씬은, 오글거려서 소리질러버렸다ㅠㅠ

'두둥' 딱 이런 느낌

 

  • 설명조

또한 대사들이 망가 특유의 오글거리는 부분은 적은 대신, 너무 설명충이다.

시작할 때 위문선이 "혼이 돌아가려면 부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줘야하지" 뭐 대충 이런 대사들이 있었는데, 굳이 저렇게 주인공의 입을 통해 설명해야할까 싶기도 했다.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정말 많이 아쉬웠다.

 

  • 갑작스러운 전개

또한 그와 비슷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들이 다분했다.

천천히 풀어야 할 부분이 띠용 하고 넘어간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나레이션으로 설명을 대신하거나, 눈떴더니 사건이 해결되어있다거나...

사실 회상이 너무 길어서 짧게 줄여야하는 문제들이 있다. 그래서 더 스토리를 띄엄띄엄 설명한 것 같다.

그러나 축약은 필요한 부분에서만 이루어져야한다. 좀 더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너무 긴 회상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듯이, 회상이 너무 길다. 너어무 길다.

위무선이 죽고 나서 현재시점이 시작되는데,

1기 3분의 1부터는 위무선의 과거가 계속 나온다.

현재가 진행되면서 중간중간 과거를 끼워줬으면, 적당한 회상 텀을 맞출 수 있고, 위에서 문제삼았던 갑작스러운 전개의 문제점들 역시 해결될 것 같다.

아마 1기를 과거로 채운 것은, (원작 소설의 스토리도 있겠지만) 미리 설명을 싹 하고 마도조사 애니를 길게 가져가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결론

어쨌거나 저쨌거나,

종합적으로 봤을 때, 연출이 조금 미숙한 점은 있지만(하지만 그마저도 굉장히 잘한 편이다.) 매우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스토리도 BL이 빠져서 '무협' 장르가 됐는데, 중국의 사극 분위기와 잘 맞아서 진짜진짜 재밌게 봤다.

(사실 어렸을 때 무협소설도 즐겨봤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애니를 봤는데, 추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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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이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가

너의 감정이 어떻든간에, 내가 미안하면 장땡

이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가.

 

하지만 사실은,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이라면,

차마 다른 말은 못하고

오직

"미안해"

이 말 밖에는 할 수 없다면

 

이기적인걸까

나는 오늘도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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