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이름에서 알다시피 준근친물이다. 둘은 이복형제. 별점 주기 되게 애매했다. 설정들이 조금씩 빈약하게 느껴졌는데, 그걸 작가의 다른 장점으로 잘 가린듯한 소설. 흥미로운 주제로 시작했으나 그 소재를 중간부터 놔버린다. 끝까지 가져가지 못해서 매우 아쉬움. 특히 데이트폭력에 가까운 살해 동기와 방법을 미화하는 듯한 표현과 전개는 매우매우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끝까지 힘있게 이끈 소재도 아니고, 자극적인 씬으로 구매를 촉진하는 수단이 아니고서야 이 프롤로그 이야기를 꼭 사용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솟았다.
그럼에도 4점을 준 이유는 오랜만에 공한테 반하는 감정을 느껴서다. 유일하게 롭이라는 인간을 좋아해주고 지켜봐준 네이슨과 그 사실을 깨닫고 좋아하는 감정을 인정하는 롭의 이야기 및 감정선은, 특별할 것 없는, 많은 작가들이 사용해왔던 이야기 흐름 중 하나다. 그런데 정말 흔한 줄거리임에도, 롭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놀랍게도 나 역시 네이슨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앞에서 아쉬워했던 프롤로그의 유일한 순기능이기도 하다. 사실 그 프롤로그와 롭의 나레이션을 줄줄이 듣다가 나도모르게 네이슨의 함정같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표정에 홀라당 빠져버리고 말았던 것. 특히 어찌보면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는 ‘나를 알아봐준 유일한 사람’이라는 흐름이었기 때문에 더 놀라운 부분이다.
앞서 말했던 작가의 다른 장점이라함은 이런 맥락에서 출발한 생각이다. 미숙함이 보이지만, 그 미숙함이 있기에 남들과는 다른 훌륭한 장점을 드러낸다. 사실 소설 중후반도 그렇고 여러모로 나와 잘맞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롭이 네이슨에게 빠진 그 순간의 장면만은 정말 높이 산다.
존 작가는 웹툰 전문인줄 알았더니 글도 잘쓰신다. 확실히 대사도 매우 자연스럽고 연출이나 문장도 좋았다. 곧 원작 작가가 웹툰 각색하는 일이 벌어지려나 싶다. 웹툰 묘사도 너무 궁금해! 존 작가님 그림체 너무 취향이라서 과연 이 말썽쟁이 공 셋을(페이는 표지에 박혀있으니) 어떻게 묘사하실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평소에도 이분 웹툰을 보면 취향 꽉꽉이구나 싶었는데 역시 소설도ㅋㅋㅋㅋㅋ 작가님 취향이 꽉꽉 반영돼있다. 그래서 사실 저 세 공 중에 메인공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키작공 X 검은머리 창놈수) 또한 캐릭터들이 매력있어서 좋았다. 특히 루크 구슬은… 이런 공은 처음이야… 다만 피트 부분은 너무 읽기 힘들었는데, 심지어 너무 길었다. 보기 힘들어서 더 길게 느껴진 걸수도… 언제 지나가 언제 지나가 하면서 봤어서 별 하나 뺐다. 루크와 욘, 페이 이야기는 너무 재밌었는데 피트때문에 재탕 못하겠다. 기 쫙 빨릴듯. 그래도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았고 재밌었다. 평소에 존 작가 작품과 잘 맞는 사람들은 필히 보세요!
지금까지 수천, 수백 권의 소설을 읽어왔다. 한 번 각 잡고 리뷰글을 쓰면 빡집중하게 돼서 리뷰글을 잘 안 쓰게 됐는데, 문득 지난 14년간의 BL덕질이 남은 것 없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아까워졌다. 그래서 이제부턴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정말 간단히 리뷰해보기로 했다. 하나씩 짧께 쓰다보면 언젠가는 쌓이겠지. 타인에게 추천하기 위한 글보다는 내가 느낀 점을 남기는 글이다. 근데 벌써 사설 한 가득 써놨다.ㅋㅋㅋㅋㅋㅋ 참을 수 없는 떠벌림…
(아래는 공수서브공 이름 써놨는데, 누가누가 메인공일까 하는 쫜득함이 있는 소설이므로 스포 싫으신 분들은 흐린눈으로 지나치세요.)
- 공 : 히로시 - 수 : 주현 - 서브공 : 윤우
이뮨 작가의 <비동경소년>. 총 2권짜리의 짧은 소설이다. 참고로 내 취향은 메인커플+서브공 / 혹은 다공일수이다. 서브커플 및 서브공이 다른 커플이 되는 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기에 되도록 피한다. 비동경소년 첫부분에서 ‘아, 잘못 샀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을 전개하는 모양을 보아하니, 주인공 무리 세 명이 각각 짝을 만나서 총 세 커플이 생기는 이야기구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리뷰를 찾아봤는데 딱히 언급이 없었고 또 두 권짜리였기때문에 일단 달려봤다. 다 읽고 한숨 돌렸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그냥 주변 인물들이 많은 것 뿐이었다. 혹시라도 저와 같은 취향이시라면 걱정 마시고 보십쇼.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 소설의 전개방식은 약간 독특했다. 점에서 시작해서 퍼지는 전개가 아니라, 반대로 분산된 이야기를 펼쳐놓고 그 이야기들이 한 점으로 모인다. 이런 방식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끌고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끌어내고자 한 소설의 분위기와 잘 맞았다는 말! 단점은, 등장인물들이 많은데 이걸 또 각각 다 엮어서 시작했고, 심지어 일본 이름까지 섞여서 처음엔 좀 천천히 이해하면서 보게 됐다. 읽기 시작하기에 그닥 쉬운 편은 아니었던 것. 그래도 익숙해지면 금방금방 잘 넘어갔다.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았는데,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 소설은,
★★★★☆ (4/5)
5점 만점에 4점! 이유는 메인 공이 너무 미워서…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만큼 캐릭터들의 내면 성장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연애에 대해 상당히 현실적인 연애를 끌고왔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황과 환경에서 현실적인 연애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수는 참 답답했고 공은… 주현이 내 친구였다면 진짜 열심히 뜯어말렸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