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크루엘라(2021) 관람 후기

이지참 2021. 6. 20. 01:47

 

 

 

디즈니 배급의 <크루엘라>

 

크루엘라!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를 원작으로 각색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봤다.

 

 

 

영화 감상 한줄평 :

"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것을  제대로  해낸  영화 ! "

 


 

1. 캐릭터의 매력

이 영화의 평점을 낮게 주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체로 서사 전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크루엘라는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천재가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 내용. 너무나도 뻔한 클리셰이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출생의 비밀과 복수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왜! 크루엘라는 이 뻔한 클리셰 덩어리들을 안은 채로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답을 '캐릭터의 매력'에서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볼 때 물론 서사를 중요하게 보지만, 사실 캐릭터의 매력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매력 있는 캐릭터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면, 악당들이 갑자기 회개를 하고... 사실 이들에게도 사연이 있었고... 조커는 갑자기 사랑꾼이 되고... 전개는 너무 뻔하고........ 여러모로 비판할 점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이유는 바로 '할리퀸'때문. 사랑에 미쳐서 악당이 되어버린 할리퀸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영화를 다시 보는 사람은 적어도 할리퀸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마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봤을 것이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일종의 '덕후'를 만든다. 가상의 캐릭터를 되새기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악당'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욕망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필요 없다는 듯이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우리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대신해주는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욕망에 충실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물론 생판 모르는 남을 희생시키는 욕망은 문제가 되겠지만, 현실과 영화는 다르니까. 영화적 허용으로 볼 수 있는 선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사실 크루엘라의 친구 두 명이 독단적인 크루엘라에게 질려 떠나가서 크루엘라가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껴 개과천선한다... 는 내용일까봐 너무 두려웠다. 왜냐하면 미국 하이틴 영화에서 아주 많이 사용하던 서사였으니까.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보면 목표를 위해 돌진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내 주위 친구들이 모두 떠났고, 나는 후회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래서 크루엘라의 두 친구가 크루엘라에게 실망할 때 이런 내용이면 어째, 하고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나 <크루엘라>는 내 상상을 어느 정도 깨부쉈다고 할 수 있다. 크루엘라는 구차하게 내가 이러쿵저러쿵해서 너네를 사랑하는데 후회가 돼. 앞으로는 그러지 마! 알겠어...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아주 당당하다. '너네는 내 가족이야.' 한 마디 해주고, 친구들은 '가족 카드를 썼네.'하고 포용해준다. 크루엘라가 영화 속에서 사과하는 장면은 딱 한 번뿐이다. 구구절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 역시 크루엘라의 캐릭터를 일관되게(입체적인 것과는 또 다르다.)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악당이 주인공이라면 구구절절 이러쿵 저러쿵 이런 사연이 있었다는 걸 설명해주며 '알고 보면 착한 녀석!'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크루엘라>에서 크루엘라는 끝까지 악당이다. 본심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바꾸려 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본성과 욕망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어 끝까지 나쁜 X임을 인정하는 모습은 여태까지의 악당 주인공과 다른 특별함과 매력이 드러난다.

 

 

2. 디즈니가 잘하는 것

디즈니가 참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 뻔한 클리셰를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이 영화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썼다. 하나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원작의 상징을 새로운 방식으로 집어 넣는 것이다.

 

 

 

 

(여기부터 스포 주의)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건, 바로 101마리의 달마시안을 표현한 장면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달마시안이 3마리일까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크루엘라의 계략으로 모든 초대객들이 크루엘라의 모습을 하고 온다. 세상에... 굳이 개를 드러내지 않고서도 크루엘라가 훔쳐간 101마리의 달마시안을 충분히 표현해낸 것이다. 원작의 크루엘라는 101마리의 달마시안을 훔쳤고, <크루엘라>의 크루엘라는 남작부인의 손님들을 모두 훔쳐갔다. 너무나도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상징들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오마주한 장면도 수없이 많다. 이런 상징들을 찾아내며 영화를 본다면 더욱 즐길 수 있겠다.

 

 

3. 개연성에 대한 아쉬움

뻔한 클리셰가 넘쳤다는 것에는 반박하지 않지만, 그것이 매력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클리셰를 이리저리 요리해서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매력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그것이 디즈니가 정말 잘하는 것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건 일부의 개연성이었다. 비판하는 말들 중에 전개가 뒤에서 너무 빨라져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 아주 동의하는 바이다.

 

클리셰를 썼을 때 장점이 있다. 설명을 압축해도 모두 적당히 알아서 잘 이해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루엘라의 성장 배경은 충분히 압축이 가능했다. 그런데 앞쪽에서 크루엘라의 성격과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템포가 축 처지다가, 막상 더 보고 싶었던 장면에서는 빠르게 지나간 점도 없지 않아 있다. 템포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과거가 나오는 것은 좋지만, 설명을 위한 과거가 길어지면 좋지 않다. 어쨌거나 관객에게 시작점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바로 그 시점이기 때문에, '크루엘라는 과거에 이렇고 저랬어'와 같은 과거는 조금 줄이는 게 더 좋았지 않을까.

 

또한, 크루엘라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옷을 낙하산으로 사용해서 살았다...는 설정은 사실 내가 생각해도 무리수라고 생각했다. 영화적 허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관객이 의문을 품은 순간부터는 실패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기발한 방법은 없었을까? 차라리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는 설정이 더 그럴싸한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크루엘라>, 정말 재밌게 봤다.  흑백 사이에서 홀로 빨갛게 빛나는 크루엘라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디즈니 감성과 다크 한 분위기, 매력적인 악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봐줘야 할 영화이다.

 

 

 

 

 

 

(본 감상평은 전문적이지 않은 자의 개인적인 감상임을 명시하는 바이며,)

(새벽에 갑자기 써서 횡설수설하고 있음을 명시하는 중이다.)